결혼의 의무
라온  2014-10-27 2661

결혼은 성인 남녀가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개인적인 결정이지만, 그 결혼에는 사회적 그리고 법적인 의무가 따른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의무를 아예 모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무시할 수도 있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시 말하건대, 이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혼에 따르는 의무다.

따라서 이런 기본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그 결혼은 행복해지기 어려울 뿐더러, 법적인 책임과 사회적인 불이익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결혼에 따르는 의무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동거의 의무이다.

두 사람이 인정하는 이유가 아니라면, 부부는 함께 있기를 힘써야 한다. 소위 각방을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결혼한 남자들 중에는 업무를 마친 후에도 바로 귀가하기를 꺼려서 공연한 약속을 만들고 술집을 다니며 밤 늦게야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결혼 전에 가졌던 습관을 버리지 못한 때문이거나 아내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는 그러면 안 된다. 남편이든 아내든 볼 일을 마치면 반드시 집에 돌아가서 부부가 함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집에 돌아가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반드시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언제쯤 들어갈 것인지 알려주어야 한다.

부인들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싸우고 나서 (부부폭력 같은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경우는 예외지만) 친정으로 가거나, 남편에게 골탕을 먹이기 위해서 집을 비우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다음은 부양의 의무이다.

결혼한 사람은 자신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싫어도 일을 해야 한다.

직장에서 아니꼬운 소리를 들어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부부 싸움을 하고 상대가 미워도 월급을 가져다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여러 이유로 직업을 갖지 못하거나 필요한 만큼의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라도, 그 책임을 지려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의무는 반드시 남편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전업 주부라도 남편이 가져다 주는 수입에 맞추어 알뜰하게 살림을 할 의무가 있다. 부인은 자신이 먹고 싶은 생각이 없거나 남편이 밉더라도 밥을 차려주어야 하며, 화나게 했다고 쇼핑에 과도한 지출을 해서도 안 된다.

또 어떤 이유로 남편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아내가 그 책임을 떠맡아야 하며 이 경우 남편은 아내의 경제활동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요구되는 것이 협조의 의무이다.

부부는 가정생활에 필요한 여러 면에서 서로 협조해야 한다.

남편은 밖에서 힘든 일을 하고 지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더라도, 집에서 집안 일을 돕는 것은 의무다.

가정에는 아주 많은 일거리가 있는데, 남편이 하지 않은 일은 실제로 다 부인의 노력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시댁이나 이웃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많은 일들의 처리에도 부부가 서로 협조해야 한다.

설령 처리 방식에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갈등이 있더라도,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성의 있는 태도로 갈등의 해소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여러 사정상 서로 각자 알아서 처리하기로 한 경우라도, 상대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거나 방치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본가나 친정의 일 처리를 각자 하기로 했더라도, 어떻게 예정되고 또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은 배우자에 대한 예의이지 결혼에 다르는 의무다.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가 정조의 의무이다.

남자든 여자든 결혼하고 나면 무엇보다 성적으로 성실해야 한다.

그래서 배우자 외에 애인을 만들거나 하룻밤 상대를 만들면 안 된다.

남자는 그럴 수도 있다거나, 사업 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었다거나 하는 이유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또 배우자가 모르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것은 잡히기 전까지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이 하는 말이다.

때로는 자신은 성적인 욕구가 없더라도 배우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협조할 필요도 있다.

일부 여성들의 경우, 자신은 나이가 들면서 성욕이 떨어지는데 남편이 성적 요구를 해오는 것을 몹시 혐오스럽게 반응하여 남편의 자존심을 꺾어버리는 잘못을 하곤 한다.

물론 남성들 중에도 아내에 대한 성적 욕구를 잃은 나머지 부인을 외롭게 만드는 경우들이 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더라도 부부가 서로에 대한 성적 관심과 애정을 유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결혼의 의무다.

 

위의 사항들을 지키는 것은 가정생활을 존중하는 기본이고, 자신과 평생을 함께 살기로 약속한 사람에 대한 예의다.

하지만 이런 기본들이 지켜지지 않아서 오랫동안 불만을 쌓고 불행하게 사는 부부들이 아주 많다.

이런 경우들은 부부 상담을 통해서도 치료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의무를 지키기가 싫은 사람이라면결혼 전에 미리 충분한 혼전 교육을 받도록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모순
부부치료의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