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워하는 나의 ‘그림자’
라온  2021-04-06 49
우리가 살다 보면 어떤 특정 인물의 일거수일투족이 자꾸 눈에 걸리고 불쾌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 불쾌감은 그와 대면한 상황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를 생각할 때마다 되살아나고 잠들기 전이나 꿈 속에 나타나 괴롭히기도 한다. ‘준 것 없이 밉다’는 말이 해당되는 경우라 하겠다.

분석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그림자’ shadow 라는 용어를 써서 설명하는데, 대개 직장이나 모임 같은 곳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자신과 비슷한 연령의 동성 인물에 대해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동료는 ‘잘난 체 하고 무례한 놈’으로 여겨진다. 또 직장의 선배나 후배들과 두루 잘 지내는 것을, 자기 출세를 위해서는 음험한 속내를 가지고 아부하는 것이라고 경멸할 수도 있다. 다른 예로, 다른 사람들의 칭찬을 듣는 후배에 대해서는 ‘예뻐들 해주니까 콧대만 높아져서 건방지다’며 미워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그 상대에 대해서 자신이 가지는 반감을 당연하게 여기는 나머지, 다른 사람들이 그 상대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는 것이 ‘그 진짜 모습을 못 보아서’ 그러는 것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단순히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잘 하는 상대에 대해서라면 순수하게 부러워하는 것으로 그치거나, 필요하면 그 상대에게 배우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또 만약 상대가 정말 나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손가락질을 당할 것이기 때문에 굳이 자신이 남몰래 속을 끓여가면서까지 그를 미워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워하면서도 마음에서 떼어놓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림자’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그림자’ 현상은 자신이 평소 옳지 않다고 여겨서 억압해왔거나 반대로 사실은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었으나 실천하지 못하는 특성을 그 상대는 너무 쉽게 해내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때 더 분명히 드러난다.
이런 현상을 경험하는 사람은, 그 상대에 대한 질투와 미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검토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타인의 허물을 볼 때 자신을 우선 돌아보라는 말이다.
이 점을 소홀히 하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대인관계에서 고립되거나 혹은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끔찍한 잘못을 저지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행한 사례들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평소에 도덕적이고 인격자로 여겨지던 사람이 뜻밖의 추문으로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끼치는 경우에서도 볼 수 있고, 때로는 지역간 갈등이나 종교 분쟁과 같은 집단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심리학적으로 풀어 말하면, ‘그림자’란 자신이 미처 의식하여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식의 어두운 부분에 머물러 있는, 즉 ‘개발되지 못한’ 자신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마음에 숨어있던 ‘그림자’를 깨닫고 이를 적극적으로 계발하면 수많은 긍정적 효과를 얻게 된다. 즉,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던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인간 관계가 확대될 뿐 아니라 자신의 지친 삶에서 활력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그림자’는 함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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