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차 부부가 지속된 불화 때문에 상담을 받고자 왔다.
이들은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는데, 상담자 앞에서도 서로에 대한 불평과 비난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다투어 상담자가 여러 번 말려야만 할 정도였다.
부인의 가장 큰 불만은 남편의 말하는 습관이었다.
부인은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을 무렵에 남편이 자신에게 “바보 아냐?” 또는 “또라이 같다”는 등의 비속어나 욕설을 하는 것에 놀랐지만,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넘어갔다고 했다.
그러나 그 후 남편의 그런 말버릇은 점점 심해졌고, 언젠가부터 는 남편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느껴져 이렇게 참으면서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에는 평소의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부부 간에 의견 차이가 생기면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고, 한마디도 지지 않으려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신혼임에도 불구하고 부부간에 달콤한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서로에 대한 짜증만 늘어났다.
상담자는 확인 삼아 부인에게 “부인이 싫어하는 것은 남편인가요, 남편의 말버릇인가요?” 라고 물었다.
부인은 “당연히 이 사람이 좋으니까 결혼했지요. 그런데 이 사람이 말하는 게 싫어지니까, 나중에는 이 사람도 싫어지더라고요” 하고 했다.
남편은 부인의 지적에 몹시 당황하였는데, 상담자는 남편에게 왜 그런 말을 쓰게 되었는지 이유를 물었다.
남편은 한참 망설이더니 쑥스러워하면서 “우리는 소개로 만나서 서로 사귄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첫눈에 반했다고 해야 하나, 저는 이 사람이 마음에 들어서 좀 빠르게 결혼을 한 편이예요. 그런데 사실 결혼은 했지만,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남자들끼리는 그렇잖아요. 친해져서 막말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 친해질 때도 그렇게 해보고 잘 받아지면 친해지고, 물론 아니면 말면 되고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 사람과 좀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 남자친구들 사이에 쓰던 말투를 그대로 사용했던 건데, 그걸 그렇게 싫어하는 줄은 몰랐네요. 라고 했다.
그리고 “저는 이 사람이 저를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제 말버릇이 잘못돼서 그런 거라면 제가 바꾸면 될 거 같아요. 아까 제가 무시하는 것 같다고 그랬는데, 정말 그런 건 전혀 아니니까요.” 라고 덧붙였다.
상담자는 다시 부인에게 그런 말을 쓰는 남편의 의도를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
부인은 “전혀 몰랐지요. 친해지고 싶으면 오히려 좋은 말을 써야지, 그렇게 해서 친해지려 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그래도 남자들끼리는 그렇게 해서 친해진다고 하니까, 조금은 이해하도록 할게요. 그래도 앞으로는 내가 싫어하는 말은 하지 않아주면 좋겠어요.” 라고 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좀 민감한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그 이유는 부인이 어렸을 때 부모가 서로 욕설을 하며 싸우던 기억이 나 불안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부는 그 동안 서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일방적인 방식대로 표현하면서 상대가 자신의 의도를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상대를 원망하며 싸우느라 이혼의 위기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많은 부부들이 이처럼 자신의 좋은 의도를 상대에게 잘 표현하지 못하고, 또 상대 역시 그 숨겨진 의도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화를 겪곤 한다.
다행히 이 부부는 상담을 통하여 이전에는 몰랐던 상대의 의도와 자신의 잘못을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이후 몇 차례의 상담을 통하여 자신의 의도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기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훈련을 받은 뒤 이혼 위기에서 벗어나, 서로 바라던 좋은 부부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신혼기의 적응 갈등뿐 아니라 오랜 불화에 빠져 있는 부부들의 문제도 이처럼 부부 상담을 통하여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아무리 무거운 바위도 적절한 지렛대를 사용하면 손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