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칼럼
-
성격차이 뛰어 넘기 - 상담사례2015-10-08
-
아이 하나를 둔 30대 초반의 부부가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이 부부는 5년 넘은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하였고 맞벌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애 때와는 달리 결혼하고 얼마 후부터 성격차이가 점점 두드러져서 싸움이 잦아졌고, 최근에는 남편이 부인에게 손찌검을 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사실 남편의 폭력에 놀란 것은 부인보다 오히려 남편 자신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동안 괴로워하다가, 자신들의 사이가 이렇게 악화될 것이라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일찍 이혼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낫지 않겠는가?” 부인에게 말을 꺼냈고, 부인은 “이혼하게 되면 하더라도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상담이라도 받아보자”고 해서 상담실을 찾게 된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연애 기간 중에는 부인의 활발하고 명랑한 점이 사랑스러워 보였고 그래서 결혼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 언제부터인가 부인의 하는 말들이 철 없는 말처럼 들렸고, 또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아 때로는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퇴근 후 피곤하여 좀 쉬고 있으면 부인은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꼬치꼬치 캐어묻는 것 때문에 집에 와서도 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그런 것 때문에 화가 날 때면 화를 풀려고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하여도, 부인이 계속 채근하며 그럴 틈을 주지 않으니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인은 결혼 전에는 자신을 잘 받아주던 남편이 최근 짜증을 많이 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자신도 직장에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지만, 집에 와서는 남편과 함께 이야기하면 서로의 피로를 풀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자신과의 스킨십은 물론 이야기 나누는 것 조차 피하려고만 하는데, 그것이 남편 말대로 피곤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싫어서 그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또 부인은 주말이면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부부 둘이서 영화 또는 공연의 관람이나 여행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거의 매일 처부모님께 아이를 맡겨야 한다는 것도 죄송한데 주말마저 맡기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처럼 여기고 있어서, 부인은 불만이었습니다. 남편이 정직하고 성실한 것이 마음에 들었지만, 때때로 너무 고지식하여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부부끼리 나들이를 다녀왔는데, 부인은 아내는 남편의 운전석 옆 자리에 앉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옆 자리의 짐을 치우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뒤차가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출발하도록 그냥 뒷자리에 타라고 했습니다. 부인이 고집을 부려 끝내 옆 자리에 타고 돌아왔지만, 남편은 부인이 갈수록 제멋대로라고 생각되어 몹시 불쾌하였고 그래서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얼마 후 부인이 남편에게 뭣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남편은 싸움을 피하려고 했지만, 부인이 계속해서 따지는 때문에 화를 참지 못하여 결국 손찌검을 하기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사실 상당히 흔한데, 연애 기간에는 흔히 상대의 자신과 다른 점에 신선함을 느끼고 이끌리지만, 결혼 후에는 그 다른 점 때문에 부부 갈등이 시작되곤 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일상 생활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지낼 때 더 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성격이 비슷해야 오랫동안 잘 사는 것이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데, 그런 경우에는 또 다른 상대를 만나 연애 감정을 느끼고 외도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남녀 간의 성격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검사를 하면 각자의 성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격이 맞고 맞지 않고가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입니다.
사례에서 소개한 부부, 즉 개방적이고 활발한 부인과 계획적이고 구체적인 남편은 성격적으로 자신들이 성격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서로의 장점과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쌍임을 깨달았습니다. 또 자신의 기대와 다른 상대방의 태도가 반드시 자신을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 방식을 포함한 적절한 의견 전달 방법을 연습하여 좋은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