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칼럼

  • 2021-06-04
  • 결혼 12년차 부부가 최근 들어 자주 싸우게 되고, 싸움 후에는 소위 ‘냉전’ 상태가 길어진다며 상담실을 찾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성격이 맞지 않는데 이대로 살아야 할 지 조언을 듣고 싶어했다.
    회계사로 일하는 남편은 매사에 확실한 것을 좋아하여 자신의 의견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다. 남편은 자기 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다면서 답답해 했다. 즉 자신은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그 이유가 납득이 되면 금방 화해를 할 수 있는데, 부인은 말 수가 적어서 좋거나 싫은 표현이 불분명한데다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며 하소연 했다.
    부인은 프리랜서로 번역 일을 하는데, 남이 시켜서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자신에게는 직업 특성 상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싸우지 않으려고 남편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주며 살아왔는데, 남편이 그런 자신의 노력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갈수록 비난이 거칠어져서 참기 어렵다고 했다.

    상세한 면접 결과, 이들의 성격 유형은 남편은 ‘외향-사고형’, 부인은 ‘내향-감정형’으로 파악되었다.
    ‘외향-사고형’의 사람들은 밖으로 드러나는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 사람의 의견이나 사실들을 파악하고, 정리하여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좋다는 의견은 물론 싫다는 것도 분명하게 말해주면, 자신의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
    반면에 ‘내향-감정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런 만큼 타인의 느낌이나 생각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래서 웬만한 것은 양보하며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 하지만,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점에 대해서는 어떤 불이익이 와도 타협을 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면이 숨겨져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는 신임과 보호를 받고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면, 이들은 예상 외의 성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부부의 성격 유형은 정반대로 보이는데, 그러면 이들은 애초부터 잘못된 조합인 것일까?
    사람의 성격이란 정말 이상한 것이어서,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사람과 있는 것을 편안해 하지만, 오히려 정반대 유형의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상황도 자주 나타나곤 한다. 즉 연애 시절에 남편은 부인을 통하여 평온함과 안정감을, 또 부인은 남편에게서 유쾌하면서도 실제적인 능력을 발견하고 마침내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 말하자면, 이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이 상대를 통하여 보완되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상 결혼 이후에는 자신에게 익숙한 모습을 상대에게 요구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대를 비난하느라 현재와 같은 불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흔히들 성격이 맞지 않으면 같이 살기가 어렵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 즉 성격은 좋거나 나쁘거나 또는 맞거나 안 맞거나 해서가 아니라 서로 맞춰가려는 유연성이 부족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상대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자신과 상대의 어떤 기대와 욕구가 좌절되고 있는지를 각자 돌아보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필자는 남편에게는 부인을 신뢰하며 격려할 것을 또 부인에게는 남편의 능력과 수고에 감사하고 행복함을 표현할 것을 제안하였다. 부부는 이런 훈련과 노력의 결과로 불화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각자 자신의 특성과 장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신과는 다른 상대의 특성을 인정하고, 필요한 점은 배워서 함께 원만해져 가는 것이 어쩌면 결혼의 심오한 목표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