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칼럼

  • 2014-10-22
  • 결혼 14년 차의 부부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부인은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으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고서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겠는지를 물었다. 남편은 자신이 잘못하기는 했으나, 자신이 잘 해보려고 해도 부인이 무슨 말이든 거슬리는 것이 생기면 악마로 변하여심한 말과 행동을 하기 때문에 앞날에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하였다.

     

    부인은 결혼 초 임신한 채로 직장을 다니면서 몇 년 동안 시부모님과 시조카들 뒷바라지까지 하는 등 힘들게 지내왔다. 하지만 남편이 직장에서도 인정 받으며 승진을 해왔고, 집에 와서는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는 등 좋은 아버지라서 큰 불만을 가지지 않고 지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에 남편이 집에서는 말이 없어졌으며, 농담을 할 때에도 은근히 사람을 긁는 농담을 하곤 하여 이제는 나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나 보다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남편은 현재 다니는 대기업의 신입사원 시절에 도움을 받았던 여직원이 있었는데, 자신에게 직장 일이나 가정적인 불만이 생겼을 때 그녀가 편한 이야기 상대가 되기 때문에 점차로 많이 의지하게 되었다. 남편은 아내가 살림을 잘하고 집안을 잘 유지해 온 것은 인정하지만,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아내와의 공통 관심사나 화제거리를 발견할 수 없어졌고 아내가 활기가 없어 보여서 점차 애정이 식어져 간 것 같다고 하였다.

    부인은 예전에 남편이 그 여직원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몇 번 들은 적이 있지만, ‘아마 마음에 드는 사람인가 보다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이 다른 여자와 비교 당하는 것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였기 때문에 더 자세히 묻지는 못하고 지내왔다.

     

    남편은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가거나 놀이를 하여도 부인이 뒷전으로 빠져있어서 다른 가족들까지 기분을 상하게 한다고 하였다. 1년 전 여름 휴가를 가서도 그런 상태라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당신 때문에 재미 없었다고 했더니, 부인이 화를 내며 소리를 쳐서 싸움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이상한 느낌이 든 부인이 추궁한 끝에 남편에게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당신은 너무 재미가 없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남편에게서 그런 말을 듣게 된 부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후 수시로 남편에게 그 여자와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캐묻거나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확인하려고 대화를 요구한 것이 번번이 심한 싸움으로 끝나게 되었다. 나중에는 부인이나 남편 모두 서로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나 이혼을 하자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부부상담을 받아보기로 하고 찾아온 것이었다.

     

    몇 차례의 상담을 통해서 부부는 처음의 격한 감정이 점차 누그러져서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느껴지자 이전처럼 두려움이나 경계심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부부에게 싸우지 않고 함께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했다. 남편은 자신이 사 준 책을 부인이 읽고 그 소감을 함께 이야기하는 등 좋은 대화가 늘어나기를 희망했으며, 부인은 남편에게서 사랑한다는 표현이나 자신을 인정해주는 말을 더 자주 듣게 될 것을 기대했다.

     

    부부는 당시 가족 휴가를 앞두고 있었는데, 부인은 자신이 신체활동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는데 남편이 오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겠다고 하였다. 남편은 부인이 꼭 함께 하지 않더라도 괜찮겠지만, 그래도 함께 해준다면 모두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휴가를 다녀와서 부부는 서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서 더 가까워진 느낌을 갖게 되었다. 물론 아직 각자에게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남아있지만, 더 많은 대화와 이해를 통해서 잘 될 것으로 믿는다고 하였다. 부부는 치료를 통해서 이전에는 자신의 감정에 치우쳐서 상대에 대해 가지지 못했던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이야기하였다. 부인은 자신이 퇴보하는 것으로 느끼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일을 가질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