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의 남편과 58세의 부부가 방문하였다. 부부의 싸움이 길어지면서 이혼까지 거론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부부의 아들들이 부부상담을 받을 것을 권했다. 부인은 문제가 시댁과의 관계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남편과 계속 사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가 생겼다고 하였다.
 
남편은 2남3녀의 넷째다. 아버지께서는 6.25 때 별세하셨고 이후 어머니께서 어렵게 자녀들을 키워오셨다. 맏형은 대학을 마치고 몇 년 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남편은 어머니와 누이들의 자랑이자 희망이었다. 남편은 어머니와 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를 거쳐 변호사가 되었다. 
부인은 6남매의 막내로 자녀들에게 자유를 주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래도 스스로 할 일은 알아서 잘 한다고 주변에서 칭찬을 들어왔다. 결혼을 앞두고 남편의 가정환경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 성공한 남편이 존경스럽기도 했고, 이런 가정에는 자신이 며느리로 적임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시댁 식구들의 요구사항은 상상 이상이었다. 초임 검사의 박봉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에 남편의 경제적 도움을 기대했고 고마워할 줄도 몰랐다. 더 속상한 것은 시댁 식구들은 거의 모든 것을 남편과 직접 이야기했고 자신은 마치 불청객인 듯한 분위기였다. 그런 불만들을 남편에게 이야기했으나, 남편은 "할 수 없지 않느냐, 조금만 더 참아라" 라는 것이 전부였다.
 
반면에 시누이들은 그들대로 결혼 전과 달리 자신들의 요청이 부인에 의해 거절 당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커져 갔고, 남편은 부인이 모르게 그 불만을 풀어주곤 했다. 남편의 변호사 개업 초기 아직 자신들 살림도 어려울 때인데, 남편은 부인 모르게 누이동생의 취직 선물로 차를 사주기도 했다. 부인과 시댁식구들의 사이는 점점 더 나빠져갔고, 부부의 싸움도 늘어갔다.
몇 개월 전 시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져 요양원에 모실 것을 의논하면서 급기야 부인과 시누이와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남편은 부인이 시누이들에게 맞는 것을 보고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방관하였다. 부인의 분노는 참을 수 없게 되었다. 부인은 남편에게 자신과 시댁식구 간에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또 이혼을 거절하는 남편에게 시누이들과 함께 공개사과를 하도록 요구했다. 부부 관계는 악화되어 갔고, 결국 이혼소송 직전까지 이르러서야 부부상담을 받기로 했다.
 
남편은 자신의 가족 상황에 대해 부인에게 미안하고 고마웠지만, 그것을 말하지 못한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또 누이들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것도 알지만, 그것은 자신을 위한 그들의 희생에 대한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서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힘들었지만 그 요구를 빨리 들어주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심정을 부인에게도 차마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누이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망설이다가 지금까지 이르게 된 것도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남편은 부인의 분노가 커질수록 모두 피하고 싶어져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지도 오래 되었지만,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눈물을 보였다.
 
부인은 남편의 말과 눈물에 면담 초기의 흥분과 분노가 조금씩 풀려갔다. 사실 남편이 대단히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인의 원망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다. 부인은 자신이 당한 폭언과 폭력은 용서할 수 없지만, 화가 풀려가면서 남편과 시댁식구들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고 참을 수 있게 되었다. 도 남편과 시댁식구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어 했던 자신의 심리도 깨달았다. 
부인은 남편이 부인과 누이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어 한다면 자신이 좀 더 풀어가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남편은 자신의 작은 노력이 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좀 더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