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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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의 덫20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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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부들이 계속 같은 문제로 싸우다가 상담실을 찾아온다.
이들이 싸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 싸움의 형식에는 대개 일정한 틀이 있다.
대부분 부인이 말을 먼저 꺼내고 남편은 마지 못해 응하지만, 이미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어온 남편의 반응은 부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화가 난 부인의 언성이 높아짐에 따라 남편은 아예 입을 닫고서 부인만 혼자서 떠들게 놔두거나,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반응을 보여서 부인으로 하여금 겁에 질려 말을 못하게 만든다.
남편은 부인이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게 되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착각하지만, 남편에게서 이해를 받기는커녕 말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부인의 마음에는 원망을 넘어 분노가 쌓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분노가 어떤 이유로 자극을 받으면 그 이유와 무관하게 과거의 경험들까지 다시 살아나게 한다.
많은 남편들이 왜 부인이 과거의 일들을 지금 따져 드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데, 부인에게 있어서는 지금의 문제뿐 아니라 과거의 일들이 똑 같은 문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부인은 자신도 터져 나오는 감정을 다스릴 수 없어 언제 어떻게 멈추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남편은 부인의 뿌리깊은 분노가 이해되지 않으므로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이 정도 상황에 이른 부부는 ‘과연 이대로 계속 살아야만 하겠는지’ 고민을 하다가 전문가를 찾게 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대체적으로 여성의 주장에는 논리가 부족하고, 남성의 입장에는 정서적 고려가 결여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부인은 반복하여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하지만, 남편으로서는 그 말이 ‘속 좁고 세상을 잘 모르는 여자’가 투정이나 해대는 것으로 들릴 뿐이다.
부부가 서로의 주장만을 내세우게 되면 각자 상대가 이해되지 않으며 또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대화로 시작하여 싸움으로 끝난다.
이들은 ‘서로 성격이 맞지 않아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말하지만, 상대방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각자 어떻게 고쳐가야 하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부부치료를 통해서 일방적 주장이 강한 부인에게 자신이 그처럼 화가 나는 이유를 차근차근 검토하고 자세히 설명하게 하면 감정적 폭발을 자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동시에 남편의 입장에 대해서도 곰곰이 살펴보도록 하면 남편의 행동에서도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작업이 성공하면 남편에게 보다 성공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고집불통인 남편들은 대개 정서적으로 취약하다.
이들은 부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적 요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이해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부인이 하는 말에서 허점을 찾아내는데 귀신이다.
때문에 대신 부인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주장하고 반박하는 것에만 열중인 경우가 많다.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식이다.
이들에게는 먼저 정서적 경험을 늘리도록 권유한다. 치료를 받으면서 남편이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잘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면, 점차 부인이 받아온 마음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시간과 비용을 포함한 자발적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그 결과의 긍정적 효과는 단순히 ‘싸우지 않고 지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으로서나 부부로서나 새로운 삶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