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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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순201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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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들 중에는 결혼일이 다가올수록 공연히 불안한 느낌이 들어 혹시 결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나 고민하는 경우들이 있다. 또 신혼부부들 중에서도 막상 결혼하여 살아보니 이럴 줄 몰랐다며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우울해지는 경우들도 있다.
물론 그런 느낌을 받을 만큼 정말로 어떤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결혼이라는 인생의 변화는 좋든 싫든 큰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남녀가 결혼을 결심할 때 흔히 불안해하는 두 가지를 심리학적으로 보면 먼저 결혼을 하게 됨으로 해서 ‘내 자신을 얼마나 포기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과 ‘결혼 후에 혹시라도 버림을 받지 않을 것을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자는 남자들에게서, 후자는 여자들에게서 좀 더 많이 관찰된다.
그런데 이런 경향이 결혼 후에도 적절히 해소되지 않으면 부부갈등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즉 남편들이 결혼한 후에도 결혼 전과 다르지 않게 자기 위주로 생활을 하면, 이런 남편을 기다리며 살아야 하는 부인들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는 각자가 편하게 느끼는 ‘심리적 거리’가 존재한다. 그래서 자신이 편안할 수 있는 범위 이내로 상대가 접근해 들어오면 멀리 하고 싶어지고, 상대가 그 범위 밖으로 멀어지면 다시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부인들이 느끼는 편안한 ‘심리적 거리’를 남편들은 너무 가깝다고 느낀다. 그래서 남편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보이는 부인의 관심을 지나친 구속과 잔소리처럼 인식하여 멀어지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이 피할수록 그 부인은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더 다가오곤 하는데,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부인은 추적자가 되고 남편은 도망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부인이 추적자 역할을 중단하면, 의외로 남편이 멀어져 가는 것을 멈출 것이다. 물론 남편이 거꾸로 추적자 역할을 맡는다면 부인이 적절한 거리를 찾아 달아날 수도 있다.
원래 ‘중요한 대상과 상호 의존하면서 소속되고 싶은 욕구’와 ‘유일하고 독립된 개체로서 존재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에게 존재하는 본능 중의 하나다. 그리고 이 본능은 유아기에 경험하는 보호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각자에게 고유한 ‘심리적 거리’로 나타난다.
우리는 대부분 생애 초기에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서 처음으로 대인관계를 맺게 된다. 만약 그 관계가 애정이 있고 신뢰할 만한 것이었다면 그 사람의 자아상과 인간관은 건강하게 정상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그 태도가 자연스럽고 그 관계를 잘 지키려고 한다. 또 혹시 헤어지게 되더라도 융통성을 발휘하여 그 고통을 잘 견디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 경우를 경험하며 자란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거나 헤어지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따라서 상대를 믿지 못하고 계속해서 확인을 하려 하거나, 반대로 상대가 바라는 확신을 주지 않으려는 듯이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이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아니더라도 지나치게 배우자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상대의 성실성을 확인함으로 자기 내면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사랑하는 상대에게조차 적절한 확신을 주지 못하거나 심지어 외도를 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강하고 독립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자신이 상처를 받기 전에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갈등에 빠져있는 부부들은 물론 사랑에 빠져있는 커플도 때로는 잠시 멈춰서 자신의 성장 과정과 내면 심리를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자신이 사랑의 이름으로 상대를 너무 구속하고 있지는 않는지, 또 개인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배우자를 너무 외롭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물론 전문가와의 상담은 개인의 인격적 성장은 물론 두 사람의 사랑도 더 건강하게 발전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