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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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생활과 심리적 성숙201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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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결혼하여 새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육체적이나 경제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정신적으로 충분히 ‘성숙’하여야 한다.
성숙에 대한 반대말이 ‘미성숙’인데, 미성숙한 사람은 결혼 생활에서 생기는 갈등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여 부부의 갈등이 깊어져 가기 쉽다.
심리학적으로 미성숙하다는 것은 여러 심리적 기능들이 분화되지 않아서 원시적 상태에 머물러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과학적 지식이 발달하지 못한 원시인들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여러 자연현상들을 신의 뜻으로 이해하여 무력하게 순응하거나 귀신이라고 여겨 그것을 두려워했다.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것만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거나,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그만큼 원시적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남자들이 여자의 아름답고 부드러운 외모에 반하여 그 성격도 착하고 부드러울 것으로 착각하였다가 낭패를 경험하는 것은 남성들이 극복해야 할 원시성들 중의 하나다.
또한 여자들도 남자들이 어깨가 넓은 만큼 자신의 잘못을 다 이해해줄 것이라든가, 또 마음의 상처를 받아도 아무렇지 않을 것이라는 일방적인 기대를 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과 사고가 분화되지 못하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분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부부끼리 다투다 보면 왜 싸우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잊어버리고 무작정 고집을 부리거나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나중에 후회할 행동들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말하는 ‘꼭지가 돌아버리는’ 상태는 자신의 이성적 판단에 감정이 넘쳐 들어와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들은 자신이 그만큼 무서운 사람이니까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겠지만, 사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신이 얼마나 미성숙한 사람인가를 스스로 떠들어 대는 셈이다.
이들은 자신을 화나게 하거나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은 ‘적’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지적이나 비난에 대해서도 방어 하거나 회피하려고만 하며 적절한 수용을 하지 않는다.
결혼 생활에서는 배우자의 요구에 대해서 과격하게 반응하여 배우자를 질리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정서적 이혼에 이르게 된다. 반면에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의존하고,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한다.
그러나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정서와 사고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자극을 받는 상황에서도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다. 또 진실된 자아를 토대로 융통성과 함께 일관성이 있는 사람이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평소에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불이익에도 굴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좌절을 혼자서 잘 견디며, 다른 사람들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희망을 전해주고자 한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지혜롭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러한 심리적 성숙도의 정도는 어린 시절 책임 있는 부모의 양육에 의해서 결정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은 사람이라도 장성한 이후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보완해갈 수 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성인이 되어서도 완전하지 못하여 계속 성장해가야 하는 존재다.
가정에 갈등이 나타났을 때 상대를 탓할 점만 찾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태도와 노력이 심리적으로 성숙하게 해준다.
이런 점에서 결혼 생활과 자녀의 양육은 각자가 가진 약점을 발견하고 서로 도와가며 함께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훈련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