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례

  • 2015-09-11
  • 결혼 8년째인 강씨 부부의 불화는 지난 여름 경포대로 가족휴가를 다녀 오는 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최근 몇 년 동안 관심사나 활기가 없어 보여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도 가족 여행을 가거나 무슨 놀이를 하여도 아내는 뒷전으로 빠져있어서 다른 가족들까지 기분을 상하게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에도 남편은 아내와 재미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부인이 아내가 응하지 않아 할 수 없이 두 딸과 놀아주는 것으로 휴가를 끝내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래서 운전하면서 “당신과 놀러 가도 나는 재미가 하나도 없다”고 했는데, 이 말을 들은 아내가 갑자기 화를 내어 하마터면 사고를 낼 뻔하였다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이후로도 부인의 냉랭한 태도는 한 동안 계속되었고, 남편은 남편대로 그런 부인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한동안 화해를 시도했지만, 무슨 말을 꺼내든 결국에는 심한 말싸움으로 이어지는 등 결혼 생활 자체에 희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상담을 받기로 했던 것입니다.

    부인에게 지난 가족휴가 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부인은 자신이 어려서부터 신체활동을 즐겨 하기 않기 때문에, 휴가를 가서도 파라솔 아래서 책을 보거나 바닷가에 나가지 않고 있었지만, 아이들과 물장난하는 남편을 보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남편이 재미없었다고 말했던 것이 자신을 무시하여 다른 여자들과 비교하는 것처럼 들려서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부의 성장환경을 알아 보았습니다.
    남편은 여자 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랐는데, 다른 친구들이 자기 형제들과 공놀이를 하거나 더러 친구들 싸움에 끼어들어 편을 들어주는 것이 몹시 부러웠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결혼 후에는 아들과 함께 스포츠나 레저 활동을 많이 할 것을 기대했는데, 딸만 두게 되어 서운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물론 딸들이 예쁘기는 하지만 함께 할 놀이가 적당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하고라도 이런저런 운동을 함께 하면서 자신의 기대를 충족하기를 바랬는데, 아내에게서 번번이 거절을 당하여 실망이 컸던 것이었습니다.

    부인은 남매로 자라면서, 남자와 여자의 놀이는 다르다고 배워왔습니다. 그리고 차분한 자신과 달리 활동적인 남동생이 몹시 성가셨다고 합니다. 그런 동생과 달리 남편은 여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며 깊이 있어 보여서 결혼도 했고, 지금까지는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남편이 집에 와서도 별로 말이 없거나 괜한 일에 짜증을 내고, 또 은근히 사람을 긁는 농담을 하는 등 전과 다르다는 점을 느끼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회사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거나 ‘권태기’라서 그런가 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자신이 참고 지내다 보면 차차 나아질 것으로 막연히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부부는 몇 차례의 상담을 통하여 서로가 바라는 점과 실망한 점, 그리고 서로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가 그렇다면 꼭 함께 하지 않더라도 문제로 여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아내가 좋아할만한 활동을 찾아서 같이 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한편 부인은 자신의 그런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자신과 재미있게 지내고 싶어하는 남편의 마음에 고마워하면서, 좀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이처럼 부부가 자신과 서로의 기대와 오해에 대해서 깨닫게 되면, 문제의 해결은 의외로 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