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례
-
경제관 갈등 벗어나기 – 상담사례2015-11-21
-
정씨 부부는 함께 살기에 서로 너무 달라서 차라리 이혼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혼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부인이 여러 번 했었는데, 지금까지는 대부분 남편에 대한 위협용으로 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편 정씨의 입에서 ‘이혼 하자’는 말이 나오자 부인이 일단 부부상담을 받아보자고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정씨는 결혼하기 전에는 물론 결혼 후에도 한동안 아내가 요즘 세상에 드물게 착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몇 년 전부터는 돈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졌다고 합니다. 정씨 생각에 돈이라는 것은 있으면 필요할 때 쓰고 필요하면 또 열심히 벌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부인이 지나치게 ‘돈타령’만 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아들이 제 또래에 비해 좀 늦어 보이기는 하지만 사람마다 특성이 있으니까 그 애도 자라면서 분명히 좋아질 텐데, 그것을 기다려주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아이에게 짜증을 내니까 아이까지 주눅 들어있고, 그런 엄마 밑에서 자라는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어떻게든 참을 수 있지만 아이의 미래까지 생각하면서 이혼까지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부인은 현재의 형편이 어려우니까 아끼고 절약하자는 것이 왜 잘못인지 되물었습니다. 또 아이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치료가 필요하다면 일찍 치료를 받아서 잘 자라도록 하자는 것인데, 무조건 괜찮다고만 하는 남편의 말만 따라서 손을 놓고 있을 엄마가 어디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결혼 직후 남편이 무리해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바람에 이들 부부는 지금까지도 대출금 상환에 쪼들리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시아버지의 병환으로 의료비를 부양하느라 궁핍한 생활을 감수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부인은 한마디 불평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습니다.부인이 남편에 대해서 갖고 있는 불만은 남편이 알고 있는 것과 달랐습니다.
즉 남편이 직장에서 나와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살림은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부부와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감소했다는 것이 부인의 주된 불만이었습니다. 남편은 첫 애가 보이는 불안 증세에 걱정하는 부인에게 괜찮다고만 했고, 둘째를 낳아 힘들 때에도 도움을 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인은 틈틈이 남편에게 불만을 전하려고 했지만, 부인이 보기에 남편은 자신의 이혼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하며 살다가 이제 와서 이혼하자고 나서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정씨 역시 할 말이 많았습니다.
예전 부동산 투자 건은 당시 부인도 동의했던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하게 정씨가 다니던 외국계 회사가 철수하자 대출금 상환이 곤란해졌는데, 그 당시 부인이 대출 담보를 들었던 집까지 날리게 되면 이혼하겠다고 말하여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어떻게든 부인을 달래어 가정을 지키려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고민 끝에 학원 강사로 나갈 결심까지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씨는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정씨 자신에게도 몹시 아쉬웠지만, 그렇게라도 부인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래서 아이들에게 가정을 지켜줄 수 있다면, 그런 아쉬움은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여겼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제적인 여유를 꽤 회복한 이후에도 한 번 나빠진 부부 관계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정씨가 부인에게 이혼을 요구한 이유는,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났어도 기대한 만큼 부인과의 사이가 좋아지지 않았고 이렇게 부부의 싸움이 계속 되면 아이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제적 곤란이 가정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부부의 사이가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가정이라고 부부 사이가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아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점을 깨닫지 못하고 ‘돈 벌기’에만 급급하게 되면, 멀어진 부부 사이가 가까워지기 보다는 오히려 더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몇 차례의 상담을 통해서 이들 부부는 그 동안 서로에 대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속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또 상대의 진심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방법은 다소 다르지만 목표로 원하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데 협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상담을 받기로 한 것이 정말 잘 한 것 같다면서 밝게 웃으며 상담을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