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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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의사소통 - 상담사례201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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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임신한 신혼 부부가 결혼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상담을 의뢰하여 왔습니다.
입덧에 시달리던 신부는 신랑의 퇴근 무렵에 전화를 걸어 빨리 퇴근하여 설거지 좀 해달라고 하였습니다.집에 돌아온 신랑은 설거지를 하러 부엌으로 가면서 거실에 누워있는 부인에게 “그렇게 힘들면 파출부를 불러 쓰자”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 신부에게는 거슬렸고, 마침내 싸움으로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냉정한 사람과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자신이 무척 불행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시작했던 말이 이어지면서 결국에는 울며불며 이혼을 요구하기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신랑은 신부가 입덧으로 식사 준비를 하지 못하여 혼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출근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적지 않은 불만이 쌓여 있었습니다. 더구나 회사에서 새 업무를 맡게 되어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에서 그런 전화를 받아 퇴근하려니 선배들 눈치도 보였던 것이었고, 부인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하게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신부는, 사실 신랑에게 설거지를 해줄 것을 원하였다기보다, 자기가 신랑에게 잘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집에 올 수 있으면 일찍 와서 함께 편안한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온 신랑의 반응은 자신의 마음을 전혀 몰라주고 파출부를 부르라고 하니, 그런 말이 고맙기는커녕 오히려 기계적인 것으로 느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많은 의사소통이 실제의 마음과는 관계없는 대화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호 간에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특히 부부처럼 가까운 사이에서는 자기가 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마음을 충분히 잘 알 수 있을 것으로 믿기 쉽습니다. 만약 그것이 잘 통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여 배우자에게서 자신이 기대한 것과 다른 반응을 대하게 되면,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한 후에는 자신의 독단적인 결론대로 반응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오해와 갈등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독심술적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이 신혼 부부는 서로에게 자신이 정말로 바라는 것과 해주고 싶은 것을, 있는 그대로 상대에게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는 서로 상대에 대한 오해와 원망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물론 때로는 지나치게 표현을 많이 하는 것이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불화를 피하기 위하여 참고 지내는 것도 반드시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바램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로 이어지곤 합니다.
이 부부는 몇 차례의 상담을 통해서 서로의 의도, 그리고 힘들어 하는 점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의 의사소통 훈련을 받아서 좋은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