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례

  • 2015-10-02
  • 결혼 일주년을 앞 둔 젊은 부부가 진료실을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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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년 가량의 연애 기간에는 알지 못했으나, 결혼하여 함께 생활을 하면서 점차 분명해지는 갈등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조종사인 신랑과 간호사인 신부는 서로의 근무 시간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을 때, 오히려 다투다가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신랑은 해외에서 돌아와 신혼 집에 와 보면, 어질러진 집안 풍경 때에 기분이 상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밀린 설거지나 청소를 하며 신부를 기다리곤 했지만,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나중에는 아예 자기가 돌아올 때를 맞추어 아내가 일감을 남겨놓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불쾌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신부는 병원에서의 교대 근무로 일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사실 신부가 직장을 계속 가지는 것은 신랑도 바라는 점이었습니다. 신랑이 며칠씩 집을 비워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에만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활동적인 신부는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이 많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결혼 후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집안 살림에 많은 시간을 기울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신랑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또 자기 일을 대신 해주는 신랑에 대해서 감사하며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신랑이 집안 일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 지적을 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신랑이 돌아오면 밀린 숙제를 검사 받아야 하는 것처럼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날이 이어지면서 신랑이 자신을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고 살림해 줄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하였습니다.

    가족력 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신랑의 어머니는 전업주부로 약간의 결벽증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신랑은 어머니의 지나친 깔끔함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편안하고 구김이 없어 보이는 신부에게 이끌렸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신부가 직업이 있으니까 자신에게 지나친 요구를 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반면에 신부는 남녀차별 없이 키워준 부모님 아래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도 남녀의 차이를 받지 않으리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조종사는 신사 중의 신사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결혼하였고, 또 신랑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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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을 통하여 신랑은 자신이 싫어했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진 어머니의 모습을 신부에게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신부는 자신의 예상과 달리 병원에서 적지 않은 남녀 차별을 겪으면서 쌓였던 분노를 남편에게서 보상 받으려 했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각자 바라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과 상대의 기대와 실망을 깨닫게 된 이 젊은 부부는 지금까지의 비생산적인 갈등에서 벗어나 행복한 신혼 생활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