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례

  • 2015-11-11
  • 한 중년 부인이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상담을 받아보고 결심을 하려고 찾아 왔습니다.
    부인의 남편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몇 개월 전부터 일을 핑계로 늦게 귀가하거나 외박하는 일이 점점 잦아졌다고 합니다. 부인은 혹시 남편의 외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되지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어서 신경이 예민해졌고, 그래서 사소한 것을 트집 삼아 싸우게 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한편 부인은 자신의 그런 점 때문에 정말로 남편의 마음을 잃게 될까 봐 불안해지고, 자녀나 가정 일에도 정성을 기울이지 못하며 우울한 정도가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필자는 부인에게 자신이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고 있는데 가족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하여 남편을 상담실에 오게 하였습니다.

    남편은 이전 직장에서 좋은 기회를 주어서 자기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접대할 일이 많아져서 귀가 시간이 늦게 되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때로는 너무 피곤해서 그런 적도 있지만, 집에 들어오면 편하게 쉴 수가 없어서 차에서 잠시 쉬다가 잠에 들기도 해서 거짓말로 둘러댄 적이 몇 번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부인이 염려하는 외도와 같은 문제는 절대로 없다고 했습니다.
    사실 남편은 얼마 전부터 부인이 예민하게 굴고 또 자신을 의심하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워낙 ‘말 같지도 않아서’ 상대할 필요를 못 느꼈는데,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서는 몹시 미안해 했습니다.

    부부의 결혼하게 된 과정과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 들어보았습니다.
    이들 부부는 대학에 다닐 때 봉사단체에서 만났는데, 남편은 당시의 부인이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면에 끌려서 결혼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보기에, 결혼 이후 부인은 점점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가정살림에도 별 성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남편이 돈만 벌어오기 바라는 ‘한심한 여자’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점들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면 오히려 부인이 화를 내어 싸우게 되니, 그런 부인과 말을 나눌 기회조차 피하게 되고 함께 산다는 것이 그다지 재미가 없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부인은 자신이 남편과 함께 이야기하거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남편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쁜 남편에게 방해가 될까 봐, 자신은 남편을 믿고 가만히 있기로 작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인은 얼마 전 남편의 친구들과 부부 동반 여행을 갔을 때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남편이 ‘자기 부인은 냉장고에서 양파가 썩어가도 모르고 있고, 그런 가정주부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흉을 보았던 것입니다.
    부인은 그전까지는 남편이 바깥 일의 스트레스로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그 말을 듣고서는 남편이 자신을 싫어해서 일을 핑계로 늦게 귀가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부싸움의 빈도가 늘어나고, 집에서도 자신을 외면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이라고 믿게 되었던 것입니다.

    필자는 부인에게 남편이 원할 것 같은 여성의 스타일에 대해 물었습니다.
    부인은 남편이 확실한 주관과 자기 일을 가지고 있으면서, 남편과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있는 자신감 있고 활동적인 여성을 좋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도 자신을 선택한 남편을 고맙게 느끼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냉장고 이야기’를 통해서 남편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남편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면 이혼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나 이혼하게 되는 것 모두 두려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말로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남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라도 직장에 다니거나 할 일을 찾아보겠다고 했습니다.

    부부는 상담을 통하여 각자 힘들었던 것과 상대에게 바라는 것 등을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부인은 남편에게 집착하여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취업에 필요한 준비를 하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차츰 회복하였습니다.
    남편도 부인이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것과 그 동안 자신도 부인에게 충분히 정성을 기울이지 않은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사실 자신에게는 부인만한 사람이 없을 거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부부는 함께 노력한 덕분으로 오랜 불화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